병상일기

나는 7년 동안 일하면서 휴가가 항상 남았다. 내년으로 이월할 수 없다면 그냥 12월은 자체적인 주 4일 근무를 하고도 2~3개 정도의 휴가가 남았었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와 나 스스로 느끼기에도 나는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며 쉬는 것은 주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평일에 의미 없이 쉬게 된다면 항상 스트레스받았다. 백신 3차를 맞고 몸이 무겁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오후 반차를 쓰고 온 지금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래서 두통약을 먹고 조금 진정된 지금 이런 글이나 쓰면서 나를 위로하려고 한다.

초등학교 때 가정에 문제가 있어 학교가 가기 싫은 날이 종종 있었다. 어울리지 못하거나 따돌림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가기가 싫은 날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때 느낀 감정은 혼나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두려움이 아닌 따분함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웠다. 그곳엔 공부도 해야 하고 싫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냥 무언갈 한다는 것이 즐거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밥벌이하게 되었을 때 야근도 재미있었다. 일정 때문에 새벽까지 집에 못 가고 있을 때 직장동료와 편의점에 가기 위해 걸었던 새벽 거리에 공기는 날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올해는 특별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6개월 동안 10개의 휴가를 사용했다. 10개나 쓴 이유는 너무 많이 떨어져서다. 시험에서 떨어질 때마다 든 생각은 또 휴가를 써야 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스트레스였다. 주말에 연습과 시험을 볼 수 있지만 한 달 뒤 일정밖에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른 오전에 보는 것은 운전 후 피로도가 너무 심했고 퇴근 후 저녁 시간은 불확실 했다.

남은 연차가 사라질 때마다 눈치 보이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면허를 따는 게 맞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몸에서 열이 난다. 부작용이 아닌 쉬고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로 열이 난다. 뻔뻔함으로 식힐 필요가 있다.